심근경색·뇌졸중 초기 3시간이 생사 가른다
단풍이 물드는 가을이다. 이때가 되면 심장과 뇌혈관에도 빨간불이 켜지게 된다. 심근경색과 뇌졸중 등 혈관질환은 발병 초기 3시간이 생명을 좌우한다. 응급대응이 빠를수록 후유증을 최소화할 수 있고 치료 성과도 좋다.
사례1
지난 8월 24일 아침 소파에서 신문을 보던 김모(52·부산 수영구 민락동)씨가 갑자기 심장마비 증상을 보이며 의식을 잃고 쓰러졌다. 가족의 신고를 받고 119구급대가 6분 만에 현장에 도착했다. 그후 인근의 수영한서병원으로 16분 만에 이송이 완료됐다. 구급대원들은 이송 중에 심전도를 체크해 심실세동이 관찰되자 심실자동 제세동과 심폐소생술을 반복적으로 실시했다. 교과서에 나올 법한 모범적인 초기대응과 적절한 응급처치로 김씨는 병원에서 이식형 제세동기 시술을 받은 뒤 건강한 모습으로 퇴원했다.
사례2
박모(57·여·부산 금정구 구서동)씨는 어느 날 갑자기 한쪽 팔다리에 힘이 없고 두통과 함께 속이 울렁거리는 증세를 보였다. 조금 지나면 괜찮겠지 하고 있다가 다음날 증세가 더 심해졌다. 박씨의 남편이 급한 마음에 우황청심환을 입에 넣어주었지만 삼키지도 못했다. 마비증세가 있을 때 억지로 약을 먹이면 기도를 막아 질식위험이 높다. 증세가 나타난 지 24시간 이상이 지난 뒤 뒤늦게 병원으로 옮겨졌는데 뇌경색 판정을 받았다. 심장에서 생긴 피떡이 혈류를 타고 흘러가 뇌혈관을 막아버린 것이다.
급성심근경색 대응법
급성심근경색증은 심장에 혈액을 공급하는 관상동맥이 막혀서 생기는 병이다. 증상은 초기에 흉부 불편감을 보이는데 대개 앞쪽 가슴에 쥐어짜듯 조이는 듯한 압박감을 호소한다.
심근경색은 초기에 상복부 통증이나 구토 등의 증세 때문에 체한 증세로 오인하기 쉽다. 그래서 초기대응에 실패하는 경우가 많다. 가족 중에 심장병 병력이 있거나 4대 동맥경화 위험인자(고혈압 당뇨 고지혈증 흡연)를 지닌 중년 이후의 남녀인 경우 흉부 불편감이 30분 이상 지속되면 반드시 심근경색의 가능성을 의심해야 한다.
응급환자를 이송할 때는 심장전문의 또는 응급의학 전문의가 있는 병원을 우선적으로 선택하고 또 응급 관상동맥중재시술이 가능한 병원이 어디인지 1339(응급의료정보센터)에 알아보는 것도 필요하다.
심근경색증은 폐색된 관상동맥을 재개통시키는 관류요법이 중요한데 여기에는 두 가지 방법이 있다.
첫번째는, 혈전용해제를 정맥으로 투여하는 방법이다. 대개 3시간 이내에는 현저한 효과가 있으며 사망률을 감소시킬 수 있다. 혈전용해제 투여로 관상동맥이 재개통되는 경우는 약 65~70% 정도이며 출혈의 위험이 있다. 그러나 3시간 이후에 응급실을 내원했을 경우에는 치료효과가 응급시술보다 떨어진다.
두번째 방법은 심장혈관을 촬영한 후 폐색혈관을 풍선이나 스텐트를 삽입함으로써 직접 재개통시켜 주는 응급 관상동맥중재시술이다. 시술의 성공률은 95% 이상이며 극적인 치료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다만 혈관촬영에 필요한 기기가 설치되어 있어야 하고 숙련된 시술자가 있어야 한다.
뇌졸중 초기대응 중요성과 응급처치법
뇌졸중은 뇌혈관이 막히는 뇌경색과 뇌혈관이 터져 뇌 안에 피가 고이는 뇌출혈이 있다.
뇌졸중 환자에게 초기대응이 중요한 이유는 혈전용해제 사용에 있어 시간적 제한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원칙적으로 증상 발생 후 정맥으로는 3시간 이내, 동맥으로는 6시간 이내에는 혈전용해제를 사용할 수 있다. 그 이상 시간이 지나서 혈전용해제를 사용하면 출혈 등의 위험이 높다.
혈전용해제 사용으로 막힌 곳이 뚫리면 즉각적인 증상의 호전을 보일 수 있기 때문에 최대한 빨리 응급실로 가는 것이 중요하다.
뇌출혈의 경우 겉으로 보기에는 뇌경색의 증상과 비슷하기 때문에 병원에서 뇌CT 촬영 등을 통하여 조기진단이 필요하다. 출혈량이 많을 경우 즉각적인 수술이 필요하고, 출혈량이 적으면 혈액응고제를 투여한다.
뇌출혈 환자가 고혈압 증세가 있을 경우 손을 따는 등의 행위는 통증자극을 주어 혈압이 더 올라갈 수 있으므로 절대로 해서는 안 된다. 최대한 빨리 병원으로 가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다.
최근 뇌졸중 치료를 받은 환자 1만5천명을 대상으로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조사한 결과 뇌졸중 증상을 일으킨 지 평균 5시간 만에 응급실에 도착한 것으로 나타났다. 3시간 이내에 도착한 환자는 47%에 불과했다.
그 결과 절반이 넘는 환자들이 뇌졸중으로 인한 치명적인 장애를 줄일 수 있는 시기를 놓친 것으로 파악됐다. 또 구급차를 이용한 환자가 택시 등을 이용한 환자보다 응급실에 빨리 도착한 것으로 조사됐지만 뇌졸중 환자의 구급차 이용률은 56%에 그쳤다.
김병군기자 gun39@busanilbo.com
도움말=동아대병원 순환기내과 김무현 교수·수영한서병원 신경과 윤석중 과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