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레는 여행지에 도착하기도 전에 기내에서 최후를 맞으면 어쩌나.
여름 휴가를 맞아 장거리 비행기 여행을 앞두고 있다면 ‘이코노미클래스 증후군(심정맥혈전증)’을 각별히 조심해야 한다. 심각할 경우는 사망에까지 이를 수 있기 때문이다. 건설교통부의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1998~2001년까지 기내 및 공항 등에서 이코노미클래스 증후군으로 사망한 한국인 승객이 27명이었다. 영국항공보건협회(AHI)는 이코노미클래스 증후군을 겪는 사람들 중 20%가 죽는다고 밝혔다.
이코노미클래스 증후군이란 좁은 좌석에서 오랜 시간 동안 움직이지 못해 가슴통증, 호흡곤란, 심장마비 등 치명적인 폐색전증상이 나타나는 것을 말한다. 혈액이 제대로 돌지 못해 다리가 붓고 저려오며 심할 경우 혈액응고가 되는 것이다.
최근 대한영상의학회가 비행기 일반석과 같은 환경에서 20대 초반 남성의 실제 혈류속도를 측정한 결과, 4시간 경과 후 혈액이 농축되면서 혈류속도가 심각하게 저하됐다. 6시간이 지난 후에는 혈류속도가 급격히 느려지고 심지어 혈액이 역류하는 등 혈전(피떡) 형성의 전조 증상이 나타났다.
경희의료원 순환기내과 조정휘 교수는 “이코노미클래스 증후군으로 인한 사망률이 높지는 않지만 건강하지 않은 사람이 비행도중 이 증후군으로 사망할 수 있다는 사실을 간과해선 안 된다”며 이 증후군에 걸리기 쉬운 유형들을 제시했다.
이코노미클래스 증후군은 젊은층에 비해 혈관탄력이 적은 30대 이상의 성인에게 잘 나타나며 혈전 위험이 높은 여성의 경우 남성보다 많이 나타난다. 특히 평소 심혈관계 질환 암 환자나 임신말기, 혹은 출산 직후 여성, 최근 수술을 받은 사람, 흡연자, 피임약 복용자, 정맥류가 있는 환자 등에게 발생하기 쉽다. 특별히 뚱뚱한 이들이나 키가 큰 이들의 경우는 기내에서 더욱 자주 움직여줘야 한다.
이코노미클래스 증후군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기내에서는 가급적 잠을 자지 말아야 한다. 대부분의 승객들이 긴 탑승시간의 지루함을 달래기 위해 탑승과 동시에 잠을 청하는 일이 흔한데, 오랜 시간 다리를 구부린 채 움직이지 않으면 혈액이 순환하지 못하고 고여있게 돼 혈액 응고의 위험이 커지게 된다.
단국대병원 가정의학과 정유석 교수는 “긴 시간 동안 웅크린 채 잠을 자거나 움직이지 않는 것은 심부정맥혈전의 위험을 크게 높인다”며 “카페인은 혈관을 수축시키기 때문에 커피, 홍차 등을 마시는 것은 되도록 삼갈 것”을 주문했다.
◆이코노미클래스 증후군 예방법
1. 적어도 1~2시간에 한번 정도 일어나 움직여야 한다.
2. 다리가 움직이기 쉽도록 큰 짐은 가급적 좌석 앞에서 치운다.
3. 발꿈치 들어올리기, 허벅지 힘주기, 허리 뒤틀기, 양 손 맞잡고 밀고 당기기, 어깨 들어올리기 등을 해본다.
4. 앉아서 발과 무릎을 마사지하거나 발 지압기구로 발바닥을 자극하는 것도 원활한 혈액순환에 도움이 된다.
5. 기내에서 한쪽 다리가 붓는다면 부은 부분을 손이나 의료용 스타킹 등으로 압박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
6. 몸을 죄는 벨트 등은 느슨하게 풀고 헐렁한 옷을 입거나 슬리퍼를 신어 몸을 이완시키면 혈액 응고를 줄일 수 있다. 7. 되도록 물을 많이 마셔라. 혈액응고를 막을 뿐만 아니라 화장실도 자주 가게 만들어 움직임을 유도한다. [조선일보] |